[사설] 경찰을 못믿게 된 현실…땜질대책으로 넘길 생각 말아야

입력 2021-11-26 17:18   수정 2021-11-27 00:06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의 진상이 드러날수록 가관이다. 빌라 3층 난동 현장에서 여순경이 도망치듯 1층으로 내뺀 건 백번 양보해 신입 경찰이어서 그렇다고 치자. 허겁지겁 내려오던 후배 순경을 2층 계단에서 마주친 20년차 베테랑 경위의 대처는 배신감마저 갖게 한다. 비명소리를 듣고 3층으로 올라가는 중이던 그는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순경과 함께 빌라 바깥으로 빠져나오고 말았다. 결국 60대 남편만 집으로 들어가 부인과 딸을 찌른 흉기 든 범인을 맨손으로 제압해야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기껏 내놓은 대책이 ‘무기 사용 특별 훈련’인 점도 실망스럽다. 12시간의 무술·무기실습 훈련을 통해 수갑 삼단봉 테이저건 권총 등의 사용 방법을 반복 체득시키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사용 방법조차 숙련되지 않은 장비를 보여주기식으로 들고 다녔음을 스스로 실토한 셈이다. 이런 경찰에 치안을 맡길 수 있는 것인지 불안감이 더 커진다.

진짜 문제는 추락하는 경찰 기강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경위는 권총, 순경은 테이저건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동 현장을 제압하기 위해 무기를 사용할 기회를 스스로 회피했다. 범인과 맞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는 소명의식이 없다면 테이저건도 권총도 그저 장식물일 뿐이다. 여경의 현장 대응력에 대한 문제 제기를 악의적 ‘여혐’이라고 외면하기보다는 열린 자세로 오해를 풀고 신뢰를 높여나갈 필요도 있다.

인천 흉기 난동 직전에 터진 ‘신변보호 여성 피살사건’에서도 경찰의 무능과 무책임이 적나라하다. 잇단 어이없는 사태에 경찰이 국민보다 조직과 구성원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범죄를 은폐·왜곡한다는 극단적 불신도 만만찮다. 올해부터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등 6대 범죄만 수사하고 나머지는 전부 경찰 관할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확충되는 경찰 수만도 2만 명이다. 하지만 공룡처럼 커진 권한과 몸집에 걸맞은 능력, 책임의식을 갖췄는지 의구심은 커져만 간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경찰 일선에선 “경찰관도 직장인”이라고 항변한다. 일반 직장인은 회사 이익이 행동기준이지만, 경찰의 임무는 국민 안전과 범죄 예방이라는 점에서 극히 위험한 인식이다. 이렇게 물러터진 공권력을 목도하게 된 데는 경찰을 정권 방패막이로 삼는 정치권과 그 요구에 순응해온 일부 정치경찰의 책임이 크다. ‘민중의 지팡이’를 좀먹고 있는 나약한 정신상태부터 바로잡을 획기적인 변화를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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